한나라당 신상진 국회의원이 2008년 11월 26일 대표 발의한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일명:청각사법)의 개정이유를 크게 4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번째 단락을 원문을 보면 다음과 같다.

 ‘특히, 무자격자의 의료행위로써의 진료와 청력검사, 보청기 처방 및 평가는 난청인에게 적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치료기회를 상실하고 청각 재활의 기회를 잃어 영구적인 청력 손실에 이르게 할 수 있음.’

→ 이 문구를 보면 마치 보청기협회 회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청능사가 마치 불법 의료행위를 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풍기고 있는데 만약 실제로 그렇다면 현행법으로 충분히 처벌가능하다. 그런데 더욱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의료행위의 개념'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 동안 청능사로서 혼신을 다해왔던 일(청력검사 및 보청기 적합 등)이 의료행위였던가하는 단순한 의문도 들었다.

오늘은 이러한 의료행위의 개념을 안경사와 안과의사의 헌법재판소 판례를 통해서 공부해 보고자
한다. 오늘의 공부를 통해 신상진의원이 내세운 개정이유에서의 ‘영구적인 청력손실’이라는 국민건강 유해주장은 안과 의료계(청구인)의 헌법소원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오늘의 포스팅은 의료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행위 등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헌법재판소의 <헌재 1993.11.25, 92헌마87, 판례집 제5권 2집 의료기사법시행령 제2조에 대한 헌법소원> 전체 판례의 일부를 발췌한 것으로, 헌법재판소의 전문을 보면 더욱 자세한 내용 이해가 가능하리라 본다.


헌법재판소의 관련 판례 전문보기



I. 안경을 맞추기 위한 시력검사가 의료행위라고 주장한 청구인 의견

눈의 굴절검사가 전문적인 안과의사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것임에도 안경사에게 시력보정용 안경의 조제·판매시 도수조정(度數調整)을 위한 시력검사(제외사항 있음)를 허용하고 있고, 7세 이상의 사람에 대하여는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안경사가 자동굴절검사기기를 사용하는 타각적 굴절검사를 하여 안경을 조제·판매할 수 있게 함으로써 안과의사의 의료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의사의 전문적이고 정확한 진료·처방 없이 안경을 조제·장착케 하는 것은 국민건강에 유해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크므로 헌법 제36조 제3항의 국민의 보건에 대한 권리도 침해하는 것이다.


II. 각 행정부처 및 대한안경사협회 의견

1. 보건복지가족부장관 (前보건사회부장관)의 의견
자동굴절검사기기를 사용한 시력검사를 안경사에게 허용한 것은 안경사의 생존권보장을 위한 것이고, 안경의 조제·판매에 전제되는 기계에 나타난 형상을 참고로 하는 예비적 검사에 불과하여 안과의사가 행하는 의료행위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2. 법무부장관의 의견
안경사에게 자동굴절검사기기에 의한 기계적 검사만을 허용할 뿐이고, 약제를 사용하는 시력검사 및 자동굴절검사기기를 사용하지 아니하는 타각적 굴절검사는 할 수 없게하고, 6세 이하의 아동들의 경우에는 의사의 처방에 의하여 안경을 제조할 수 있게 하였고, 의료기사법 제13조의3은 안경사국가시험에 합격한 자들만이 검안행위를 시행할 수 있게 하고 있으므로 국민의 보건을 침해할 우려는 없다.

3. 대한안경사협회의 의견
안경사의 굴절검사행위는 눈에 알맞는 안경을 선택하기 위하여 비정시의 정도를 측정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비정시의 원인을 규명하여 이를 치료하는 의료행위가 아니다.


II. 헌법재판부의 최종판결 (요약)


의료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의료법에도 그 개념정의가 나와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좁은 의미에서는 상병(傷病)의 부위와 원인을 전문적 기법으로 진단하여 그에 가장 적절한 대응방법을 선택하여 치료하는 것과 질병을 미연에 예방하는 것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개념정의를 하는 것 같으나 그것이 의료법에 명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에 종사함을 임무로 한다고 되어 있어서 의료행위가 국민보건의 향상 및 국민의 건강한 생활확보에 기여하는 행위라는 것만을 명백히 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의료행위의 개념을 위와 같이 파악할 때 국민보건에 관련되는 업무가 모두 의료인 전속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다만, 의료인이 행하는 의료행위에 대하여서는 원칙적으로 누구든지 간섭할 수 없게 하여(의료법 제12조) 의료인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예컨대 식품위생법 소정의 조리사·영양사도 현행법상 의료인은 아니지만 국민보건에 관계되는 전문업무를 수행하는 자이고, 의료법에서 그 자격제도를 인정하고 있는 침구사(鍼灸士)·접골사 등 의료유사업자나 안마사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이며 그 외에 의료기사법 소정의 의무기록사(醫務記錄士), 안경사(眼鏡士)도 국민의 보건 및 의료향상에 기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안경을 맟추는데 있어서 자동굴절검사기기를 사용하는 타각적 굴절검사는 의료기사법 및 동 시행령상으로는 그 자체가 바로 시력장애의 원인을 진단하고 안과질환을 발견·치료하는 의료행위는 아니다.

안경사가 시력표에 의한 시력검사 대신에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고안된 장치인 자동굴절검사기기를 사용하여 시력검사를 하는 것은 문화적 이기(利器)를 안경조제에 원용하는 것에 불과하며 안경사에게 그 사용을 금지시켜야 할 합리적 이유는 찾기 어려운 것이다.

청구인의 주장대로 안경사가 행하는 검사방법으로는 가성근시(假性近視)와 같은 경우 검출이 되지 않아 치료의 적기를 일실(逸失)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충분히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지만 가성근시등 일부 국민의 안 건강보호증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해서(예컨대 노안을 포함하여 특별히 안과계통의 질환이 없으면서도 안경을 필요로 하는)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반드시 안과의사의 처방을 받도록 강제하는 것이 과연 온당하고 바람직한 조처인가 하는 것은 의료에 관한 국민의 법감정, 국민의 소득 및 의료수준과 안과의사의 수효, 개업지 분포상태 등을 따져 결정한 국가의 입법정책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

안경을 조제함에 있어 자동굴절검사기기를 이용한 타각적 굴절검사가 전혀 합당하지도 않고 오측정(誤測定)이 빈발하는 것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그것이 일정한 수준의 기능을 가진 전문가에 의하여 조작되어 시력검사에 사용되는 것이라면 이것은 보건 및 의료향상 기여행위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그러한 보건체제를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약제를 사용하는 검사라거나 자동굴절검사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타각적 굴절검사 및 7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한 검사는 처음부터 안경사에게 허용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안경수요자라 할지라도 일반적 안경업소에서 행하는 시력검사를 신뢰하지 않거나 선호하지 않는 경우에는 안과의사를 찾아 시력검사를 받으면 될 이치인 것이므로 현행의 법체제하에서 국민이 정확한 시력검사를 받는 데는 아무런 불편이나 장애가 없는 것이다.

안경사의 시력검사의 과오로 인하여 안과질환이 심화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으나 그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안과적으로 특이한 질환이 없는 모든 안경수요자에게 안과의사의 처방을 필요적으로 경유하게 한다면 안과의사로서도 감당하기가 어렵고 수요자에게도 불필요한 번거로움을 주는 결과

의약분업(醫藥分業)이 국민의 보건향상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논리를 인정한다면 의경분업(醫鏡分業)도 같은 차원에서 거론될 수 있을 것이며, 청구인의 주장처럼 안과의사가 콘택트렌즈의 판매권까지 배타적으로 독점해야 한다는 논리는 합리적 근거를 찾기가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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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판례연구] 안경사와 안과의사의 분쟁 : 의료기사법시행령 제2조에 대한 헌법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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