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사봉면 등건마을, 소음 등에 시달려



"남해고속도로가 나라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지만 우리 마을사람들에게는 원수야".

남해고속도로 확장을 지켜보는 경남 진주시 사봉면 등건마을 주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이 마을은 지난 73년 남해고속도로가 개설된 뒤 77년 현 위치에 이주했으나 지금까지 소음, 진동 등으로 불면증과 난청환자가 속출한데다 가축 조차 기르지 못하는 피해를 봐 왔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들은 최근 한국도로공사에서 추진하는 남해고속도로 확장으로 현재 30~40m에 불과한 고속도로와 마을과의 거리가 15~25m로 가까워져 더 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됐는데도 도로공사측에서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자 분노는 극에 달했다.

문영태(61)씨는 "우리 집사람이 20여년전부터 차량 소음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지금도 수면제 몇 알을 먹어야 겨우 잠을 자는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언성을 높였다.

모찬석(83)씨도 "나이가 많아도 잘들렸는데 10여년전부터 제대로 들리지가 않아. 우리 마을에서는 소음때문에 집안에서 얘기를 할때도 고함을 질러야할 정도"라며 "53가구 100여명의 주민 중 절반 정도가 비슷한 증상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해고속도로와 가장 가까운 등건마을회관에서는 바로 옆 사람이 말하는 소리도 제대로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소음이 심하다. 그런데도 도로공사측은 방음벽 조차 설치하지 않았다.

마을회관은 남해고속도로가 확장되면 불과 1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하게 돼 소음공해는 더 심해진다. 사실상 사람이 생활할 수 없게 된다.

마을이장 모찬규(68)씨는 "마을에 설치된 앰프를 통해 주민들의 주의사항이나 회의개최 등을 알려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소음이 심하다"며 "고속도로와 가까운 곳에 살던 송모(74)씨는 소음을 견디다 못해 3년전 마산에 사는 아들 집으로 가버려 집이 흉가로 변했다"고 말했다.

특히 한 주민은 마을에서 한우 50여 마리를 키웠으나 소음과 진동으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자 결국 한우사육을 접고 마을을 떠나 버렸다.

주민들은 지금까지 받은 고통도 심하지만 남해고속도로 확장이 완료되면 더 큰 고통과 생활불편을 걱정하고 있다.

등건마을은 한국도로공사에서 1조1천억원을 투입하는 남해고속도로 내 사천나들목~산인분기점 구간 50㎞ 왕복 8차선 확장사업 구간에 포함돼 있다.

이 구간은 기존 마을회관 앞에서 40m 정도 떨어져 있던 것이 15m까지 확장되는데다 지면에서 8m정도 성토할 계획이어서 마을의 조망권도 사라지게 된다.

임영철(62)씨는 "30년전 남해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우리 마을이 이주했는데 고속도로 인근에 이주마을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소음 등 피해를 준 것도 모자라 확장공사로 또 다시 피해를 주는 것은 해도 너무한 처사 아니냐"고 분개했다.

마을 주민들은 "지금도 마을로 통하는 유일한 진입로인 통로박스가 비만 오면 침수돼 마을 전체가 고립상태에 빠지는데다 평소에도 대형 차량은 마을에 진입 조차 못하고 있는데 도로공사측에서 진입로 부분에 대한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도로공사측은 남해고속도로로 인한 주민들의 불면증, 난청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보상하고 공사가 끝나면 사실상 주민들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하는 만큼 이주대책을 세우거나 충분한 정신.물질적 보상을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도로공사측 관계자는 "주민들과 상의해 고속도로 확장으로 인한 주민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주=연합뉴스)

<출처 : 중앙일보, 2008년 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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